디스크에 문제가 있는데, 왜 안 아픈 사람들이 있을까요?
허리나 다리가 아파 MRI를 찍고 “디스크가 있다”는 말을 들은 뒤 모든 통증의 원인을 디스크로 여기게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영상 속 디스크가 사라지지 않으니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걱정하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영상에 보이는 디스크 퇴행은 통증이 없는 사람에게도 흔합니다. 무증상 성인의 영상 연구를 모으면 추간판 퇴행(intervertebral disc degeneration)은 20대 약 37퍼센트, 80대 96퍼센트에서 확인됩니다.
디스크가 뒤로 부풀어 나오는 팽윤(disc bulge)도 20대 30퍼센트에서 80대 84퍼센트로 늘어납니다. 나이가 들며 생기는 흰머리나 주름처럼 디스크 퇴행도 상당 부분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일부입니다.
영상은 구조를 보여 주지만 그 구조가 지금 아픈 이유인지까지 한 장으로 확정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증상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퍼지는지, 감각저하나 근력저하가 어느 신경 분절과 맞는지를 함께 놓고 해석합니다.
그러면 언제 디스크가 통증의 원인이 될까요?
디스크가 뒤나 옆으로 밀려 나와 신경근(nerve root)을 누르고,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자리를 따라 증상이 나타날 때입니다. 4번과 5번 요추 사이 신경이 눌리면 다리 바깥쪽과 발등으로, 5번 요추와 1번 천추 사이 신경이 눌리면 종아리 뒤와 발바닥 쪽으로 저림이나 힘 빠짐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눌린 신경이 만드는 신경근병증(radiculopathy)에서는 영상 속 디스크 위치, 증상 분포, 진찰에서 확인되는 감각·근력·반사 변화가 서로 맞아떨어집니다. 세 가지가 같은 곳을 가리킬 때 비로소 “이 디스크가 이 증상과 관련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눌린 신경이 받는 압박과 염증을 줄이는 데서 시작합니다. 약물과 주사로 염증을 조절하며 경과를 보는 경우가 많고, 진행성 근력저하처럼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신호가 있으면 수술 상담이 필요합니다.
수술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적응증과 타이밍의 문제입니다. 영상 결과 하나가 아니라 현재 신경학적 상태와 변화 속도를 함께 보고 결정합니다.

신경 압박을 다룬 뒤에는 부하를 다시 나눕니다
신경이 눌려 있는 동안 그 분절은 힘을 제대로 나눠 받지 못하고 체간과 고관절의 안정성 기능도 함께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진행된 퇴행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부하가 한 분절에만 반복해서 실리는 상황은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압박을 다룬 뒤에는 체간과 고관절이 부하를 다시 나눠 받도록 안정성 기능을 회복합니다. 바로본 상주 치료사가 기능평가에서 확인된 약한 기능부터 부하를 정해 기능재활치료와 운동을 진행합니다.
Team CareFlow 운동전문가는 바로본 치료사와 운동 원리와 지도 방법을 정기적으로 점검합니다. 저는 진료와 시술로 신경 압박과 통증을 다룹니다.
신경이 눌리지 않았는데도 디스크 때문일까요?
진료실에서 더 흔한 쪽은 영상에 디스크 퇴행이 보이지만 신경을 누르는 소견은 없거나, 있어도 환자가 겪는 증상 자리와 맞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때 그 퇴행이 지금 통증을 만드는 주된 원인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퇴행 소견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그 소견을 그 분절에 오랫동안 부하가 실려 왔다는 흔적으로 읽습니다.
왜 유독 그 분절에 부하가 몰리는지, 움직일 때 체간과 고관절이 힘을 제대로 나눠 받는지를 살핍니다. 체간 안정성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특정 분절이 부담을 대신 떠안아 통증을 오래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영상 결과 하나로 결론을 내리면 안 됩니다
허리 통증의 원인은 디스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부위 통증이라도 후관절(facet joint), 천장관절, 고관절, 드물게는 염증성 척추질환처럼 여러 원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 한 장보다 증상의 시작과 분포, 진찰 결과를 먼저 맞춰 봅니다. 갑작스러운 양쪽 다리 힘 빠짐, 회음부 감각 이상, 대소변 조절 변화, 발열이나 체중감소를 동반한 통증은 경과를 지켜보는 대상이 아닙니다.
이런 신호가 있으면 빨리 병원을 방문해 진료받으셔야 합니다.
안정성 운동은 평가에서 확인된 기능부터 시작합니다
안정성 기능을 회복하는 운동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하지 않습니다. 기능평가에서 약한 것으로 확인된 부분부터 부하를 정해 시작합니다.
먼저 체간을 받쳐 주는 복압 실린더(intra-abdominal pressure cylinder)를 회복하고, 그다음 고관절이 골반을 안정적으로 받치도록 이어 갑니다. 복압 실린더는 횡격막·복횡근·다열근·골반저근이 함께 만드는 압력입니다.
이 압력은 일부러 배에 힘을 줘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움직일 때 의식하지 않아도 먼저 작동해야 하는 힘입니다. 기능이 돌아오면 한 분절이 혼자 떠안던 부하가 몸통 전체로 나뉘어 특정 자세에서 반복되던 통증의 조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먼저 체간 안정성의 원리와 실습을 확인해 보십시오. 지금 나에게 맞는 부하인지까지 영상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우니 진찰에서 확인된 것부터 참고해야 합니다.
고관절 쪽에서는 중둔근(G.med)과 대둔근(G.max)이 골반을 받칩니다. 이 근육들이 제 역할을 하면 걷거나 앉았다 일어설 때 허리 한 곳으로 쏠리던 부담이 조금씩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고관절 안정성은 평가에서 확인된 다음에 이어 갑니다.

영상의 디스크와 현재 통증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상에 디스크가 보인다는 사실과 그 디스크가 지금 아픈 원인이라는 판단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신경이 눌려 증상과 맞아떨어질 때는 그 압박을 먼저 다루고, 그렇지 않을 때는 부하가 어디에 몰리는지를 봅니다.
영상 결과지 한 장으로 스스로 결론 내리기 전에 증상과 진찰을 함께 맞춰 보는 진료를 받아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