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주사가 문제라는 뜻은 아닙니다]
통증이 심하다면 먼저 진찰을 받고, 필요한 치료로 통증을 조절해야 합니다. 약이나 주사가 적절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파서 걷거나 잠자는 일조차 어려운데 운동으로만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통증이 줄었다고 해서 아프기 전의 거리와 속도를 다시 감당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닙니다. 주사로 무릎이 편해지거나 약으로 발바닥 통증이 가라앉은 뒤에도 이전 거리에서 다시 아프다면, 운동 부하와 통증의 원인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치료가 소용없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치료는 통증을 줄이는 역할을 했을 수 있습니다.
다시 확인할 것은 치료 후 러닝을 어떻게 재개했는가입니다. 예전과 같은 거리, 속도, 빈도로 곧장 돌아갔다면 이전 훈련량을 몸에 다시 요구하는 셈입니다.
통증이 생기고, 치료를 받고, 다시 무리하게 뛰다가 아파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약을 더 먹거나 주사를 다시 맞을지만 결정해서는 부족합니다. 왜 러닝을 재개할 때마다 통증이 돌아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통증은 참고 넘길 기록이 아니라 확인할 경고입니다]
러닝 중 아프다고 해서 그 순간 뼈나 연골이 이미 손상됐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통증은 손상이 생겼을 때도 나타나지만, 손상 위험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통증만으로 조직 상태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뛰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정 거리에서 반복해서 아픈데 약으로 통증을 낮추고 운동량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아픈 시점이 점점 빨라지는데도 거리를 늘린다면 러닝 부하를 다시 봐야 합니다.
반복되는 충격을 뼈가 회복할 시간을 갖지 못하면 정강이뼈 등에 피로손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태에 따라 피로골절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허리가 아프다고 모두 디스크가 악화된 것은 아니고, 무릎이 아프다고 모두 연골이 닳은 것도 아닙니다. 발바닥 통증 역시 한 가지 병명으로 정할 수 없습니다.
어느 부위가, 언제부터, 어떤 거리와 속도에서 아픈지 확인해야 실제 손상을 놓치지 않으면서 불필요하게 겁먹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뼈의 한 지점을 누를 때 통증이 뚜렷하거나, 뛰지 않고 걸을 때도 아프거나, 쉬는 중에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단순히 러닝 자세를 고치며 지켜볼 일이 아닙니다.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에 힘이 점점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경우도 운동보다 진료가 먼저입니다.
[통증이 가라앉은 뒤에는 낮은 부하에서 안정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러닝은 한 발로 몸을 지지하고, 그 일을 반복하는 운동입니다. 뛰는 동안 통증이 생겼다면 몸이 한 발 지지를 반복해서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거리만 다시 늘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위험한 원인을 먼저 살핀 뒤, 낮은 부하에서 안정성 기능을 확인합니다.
한 발로 섰을 때 골반과 몸통을 어떻게 지지하는지,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낮은 단을 내려올 때 무릎과 발목의 움직임이 달라지는지, 동작을 유지하려고 몸을 지나치게 굳히거나 숨을 참지는 않는지 봅니다.
낮은 부하에서 안정성 기능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과, 안정성 저하가 통증의 원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무릎 통증만으로 근력 약화나 다리 정렬의 변화가 원인이라고 확정할 수도 없습니다.
러닝 거리를 갑자기 늘렸는지,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는지, 힘줄이나 뼈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평가에서 한 발로 서거나 의자에서 일어나는 낮은 부하의 동작에서도 몸통·골반 지지가 흔들린다면, 그 조건에서 안정성 기능을 훈련하고 같은 동작으로 돌아와 변화를 봅니다.
낮은 부하에서는 안정적인데 뛰는 후반부터 아프다면 러닝의 반복 부하와 근력·근지구력을 더 살펴야 합니다.

[안정성만 챙기고 다시 뛰는 것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몸통과 골반을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어도 러닝에 필요한 힘과 지구력이 부족하면 일정 거리 뒤부터 동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관절, 허벅지, 종아리 근육이 반복해서 체중을 받아내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낮은 부하에서 안정성을 확인하는 것은 출발점입니다. 확인된 문제에 맞춰 기본적인 근력운동을 하고, 키운 근력과 근지구력을 한 발 지지와 체중 이동, 실제 달리기 부하로 연결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운동을 같은 순서와 횟수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치료 뒤 남은 통증과 진찰 결과, 현재 할 수 있는 동작에 따라 시작점이 달라집니다.
그동안 러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통증을 참고 원래 거리를 채우는 방식은 멈춰야 합니다.
원인 평가 결과에 따라 일시적으로 쉬어야 할 수도 있고, 감당 가능한 범위로 거리와 속도를 줄여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통증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곧장 이전 훈련량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닥터 장회영의 한마디]
약이나 주사로 통증을 조절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러닝을 포기하라는 뜻도 아닙니다.
하지만 치료 전의 거리와 속도로 다시 뛰다가 통증이 되풀이된다면, 다음 치료만 정하기 전에 몸이 그 거리와 속도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낮은 부하에서 안정성을 보고, 필요한 근력과 근지구력을 갖춘 뒤 러닝 부하를 다시 올리는 것. 건강을 위해 시작한 러닝을 오래 즐기려면 이 준비까지 운동에 포함해야 합니다.

